왜 ‘흑백요리사2’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2는 단순한 요리 경연을 넘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백종원 심사위원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요리뿐 아니라 공정성과 노력, 경쟁과 협력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요리 경연에 집중하게 만드는지, 사회학적 시선으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요리, 사적 노동에서 공적 평가로
요리는 본래 가족과 가정이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입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2를 포함한 요리예능은 이 개인적 행위를 공개된 무대로 끌어올려 엄격한 규율과 평가가 적용되는 사회적 장(field)을 만듭니다.
사회학자 미셸 푸코의 ‘규율 권력’ 개념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감시와 평가를 통해 개인을 자율적으로 통제합니다. 마찬가지로 제한 시간, 동일한 재료, 탈락 규칙으로 구성된 주방은 셰프들에게 끊임없는 감시와 평가를 부과하며, 이는 요리를 ‘측정 가능하고 비교 가능한 기술’로 재구성합니다.
‘흑수저·백수저’ 출발선의 차이, 갈등이 아닌 사회적 흥미
‘흑수저’, ‘백수저’라는 단어가 노골적인 계급 구분을 상징하지만, 이 구조가 불공정 논쟁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사회장’ 이론과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의 갈등 이론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 부르디외에 따르면, 사람들은 규칙이 명확한 경쟁 구도를 ‘도사’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이는 몰입과 흥미의 요소가 됩니다.
- 짐멜은 경쟁과 갈등이 사회적 관계를 활성화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회적 흥미’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흑과 백, 약자와 강자, 무명과 스타라는 구도는 불평등을 폭로하는 한판 싸움이 아니라, 누가 어떤 태도로 경쟁하는지에 대한 감정적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장치가 되는 셈입니다.
능력주의를 넘어선 ‘졌잘싸’의 공정성
1958년 마이클 영이 제시한 능력주의 개념은 ‘시험과 성취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지만, 실패자를 개인 무능으로 치환하는 문제’를 꼬집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는 승패가 명확하지만, 시청자들은 탈락자의 능력만을 결과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사례로, 손종원·임성근 셰프가 탈락했을 때도 “내 입맛에는 최고였다”, “취향 차이일 뿐”이라는 반응이 이어졌죠. 그 결과보단 과정과 노력, 개성을 응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문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바라는 공정성의 작은 모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장인정신, 요리예능에서 다시 피어나다
리처드 세넷이 강조한 ‘일에 대한 태도’와 ‘장인정신’은 현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빠른 성과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숙련과 반복, 실패를 견디는 노동은 비경제적인 낡은 태도로 취급받고 있죠.
그런데 흑백요리사2와 같은 요리예능은 재료 손질법부터 불 조절, 체력 소모에 이르기까지 대중에게 사라진 장인 정신과 노동의 가치를 생생하게 선보입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결론보다 ‘노력하는 과정’을 더욱 공감하며 지지하게 됩니다.

요리예능, 공정함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반영하다
영국 미디어 연구자들도 지적하듯, 요리경연은 ‘절차적 공정성’에 기반한 판타지를 제공합니다. 동일한 조건과 엄격한 규칙, 그리고 블라인드 심사는 현실에서 점점 사라지는 ‘공정한 경쟁’의 모델을 보여주죠. 그래서 우리는 결과에 동의하지 않아도 “적어도 과정은 공정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요리예능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가 여전히 갈망하는 ‘노력과 결과가 연결되는 사회’의 작은 모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치며
‘백종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흑백요리사2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요리가 가진 ‘사적 공간의 공적 재구성’과 ‘공정성에 대한 갈망’이 결합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프로그램 속에서 경쟁과 협력, 노력과 존엄이 공존하는 사회의 모습을 확인하며, 때론 자신을 투영하기도 하죠.
여러분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태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